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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가을 밤은 달 빛이 좋다


내가 운전하는 것도 아닌데, 돈 내고 몸만 던지면 되는 주제임에도 불평만 늘어난다.

장거리 이동은 역시 피곤하다.

밤 공기는 제법 쌀쌀해져, 가벼운 겉옷은 필수다.

세 시간 동안 창 밖만 바라보며 보통은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밤이 깊어지면, 어두운 건 더 어두워지고, 밝은 건 더욱 밝아진다.

창에 머리 기대고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창 밖으로는

하늘과 땅의 경계도 허물어져 온통 새까만 하늘이 펼쳐지고,

여기저기 서 있는 가로등 빛들은 밤 하늘을 수 놓은 별 빛이 된다.

'덜컹,덜컹'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 소리까지 더불어 전해지면,

이게 정말이지 쉬이 잊혀지지 않는 감상이 되는 것이다.

사실 객실 불을 켜주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여전히 어색한 광주역에 도착하면, 드는 생각은 한결같다.

'나는 왜 여기에 서 있나'

한 번은 내 자신도 어이없어 웃음이 터져나왔는데, 옆을 지나던 아가씨가 기분 나빠하며 노려보기도 했다.

지난 번 미처 챙기지 못했던 Baby와 Yeah도 동행했다.

기특한 녀석들이 없는 동안 어찌나 쓸쓸하던지.

회사 직원들이 여기저기 여행할 곳도 추천해주었다.

출판사에서 쓰던 노트북으로 사진 작업도, 블로그에 펜질도 할 수 있게 됐다.

저녁 때 담은 주아 사진을 만지작 거리다가 카디건 걸치고 나와 걸었다.

지난 추석 때, 본 보름달이 어찌나 크고 밝던지 혼자 멍하니 서서 '우와! 우와!'만 연발했었다.

그 보다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가을 밤은 달 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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