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동 201호, 베란다에서는
아침마다 울던 때가 있었다.
흰색 속옷차림으로 베란다 창에 얼굴을 기대고 서럽게 울던 때가 있었다.
7동 201호 베란다에서는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자동차들이 셀 수도 없이 많이 보였다.
그 때 당시만 해도 단지 내에서 출발하는 마을 버스를 운행했는데,
매일 아침 엄마의 출근 길을 함께하는 버스였다.
잠에서 깨 눈을 뜨면 아무도 없다.
아마도 제일 먼저 아빠가 출근하셨겠지?
그 뒤엔 형이 네모난 책가방 메고 등교를 했을거야.
제일 나중에는 엄마가 살금살금 현관 문을 나서고, 아주 작은 쇳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신다.
사실 아빠와 형이 집을 나선 순서는 정확하지 않다.
네 식구 중에 가장 늦게 일어나는 건 그 어린 날의 나였으니까.
나는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를 닦지도 않고, 쉬야를 하지도 않고
일단 베란다로 나가 울기 시작한다.
저만치 마을 버스가 보이기 시작하면 더 크게, 더 서럽게 운다.
엄마가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는 거리. 딱 그만큼만 더 소리내어 운다.
시야에서 마을 버스가 사라지면, '껄떡껄떡' 넘어가는 숨을 가다듬고, 여린 두 팔로 눈물을 훔친다.
나는 뭘 해야할 지도 몰라 어떤 계획도 없이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밖에서 '친구야 노올자~'소리에 집을 나선다.
점심 때가 되면 여기저기에서 밥 먹으라고 아주머니들이 친구들을 부른다.
저마다 집으로 뛰어 들어가면, 나도 밥 먹으러 집으로 들어간다.
이 열쇠가 위에 열쇠인지, 아래 열쇠인지
오른쪽으로 돌려야하는 지, 왼쪽으로 돌려야하는 지 한참을 씨름하기도 한다.
어떨 땐, 열쇠를 꽂지 않았는데도 문이 열리기도 했다.
친구들이 다시 부르지 않으면, 창문 밖으로 고개만 빼꼼히 내놓고 밖을 살핀다.
낮엔 주로 TV를 봤다.
EBS에는 제법 재밌는 프로그램이 많았다
인형극도 하고, 동물이나 곤충 다큐멘터리도 제법 재미있었다.
그렇게 마냥 앉아 있다가 시계를 한 번 보고는 베란다로 다시 나간다.
수 많은 자동차들 사이로 마을 버스가 눈에 들어오면, '꺄르르~' 한바탕 웃어버린다.
나는 현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딸깍딸깍' 엄마의 구두 소리가 들려오면 일어난다.
얼굴이며, 옷이며, 손발에 온통 흙 투성이라 혼날까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
꾸중을 들으며 화장실로 떠밀려 들어가도 깨끗이 씻고 나오면,
물을 준 화분처럼 생글생글 웃음이 난다.
베란다 밖으로 짙게 어둠이 내리면,
그렇게 넓기만 했던 집이 가족들로 가득 채워진다.
나의 하루를 눈물로 맞이하고, 웃음으로 배웅해 주던
7동 201호, 베란다에서는 마을 버스가 보인다.